"올레 어원은 '門'..인간을 위한 길"
'착한여행'으로 서민경제에 활력 줘
제주올레는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제주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07년 개장 첫해에 넉 달간 3천명에 불과했던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사람)은 2008년에 3만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작년에는 25만1천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0월말 현재 59만4천명으로 지난해의 2.4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의 성공에 자극받아 지리산 둘레길과 서울 성곽길, 정선 아라리 옛길, 무등산 무돌길 등 비슷한 성격의 도보체험길들이 전국 곳곳에 생겼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올레길을 비롯한 도보체험관광을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했고, 한 신발제조업체는 아예 비포장도로를 걷는 데 착용하도록 '올레길 워킹화'를 내놓기도 했다.
◇올레 어원은 '문'..인간을 위한 길 = '올레'는 원래 '집 대문에서 마을 입구(또는 큰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다. 재미있는 것은 집과 마을을,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길인 '올레'의 어원이 '문'이라는 점이다.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강영봉 원장은 "훈몽자회(訓蒙字會)의 門(문) 항목 설명을 보면, 밖에 있는 문을 우리말에서는 오래문이라 했다"며 "올레는 문을 뜻하는 순 우리말인 오래 또는 오래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실제로 제주도는 대문이 없어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올레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문의 기능을 했다"며 "제주도와 함께 중세국어의 흔적이 남아있는 함경도에도 '오래'라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의 주거환경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김석윤 건축사는 올레에 대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걷는 인간의 모습에 알맞게 디자인된 길"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의 도로는 자동차 즉 기계를 위한 길이지만 올레는 인간을 위한 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올레의 원시종교적인 성격에도 주목했다. 그는 "지금은 길을 내고 집을 짓지만, 예전엔 반대로 기가 흐르는 땅을 먼저 골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성스럽고 거룩한 땅인 신전, 성소까지 다가가는 길이 올레"라며 "이 길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자신을 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레 15코스가 고내봉을 지나 끝날 즈음 마주치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는 올레의 정형이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서는 올레와 어우러진 제주 전통 초가와 텃밭(우영), 안채(안거리), 바깥채(밖거리)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올렛담은 높이가 나지막해 주변 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돌담길의 미학을 보여준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정착 = 올레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이미 여러 번 제주를 와 봤지만, 걷기를 통해 제주의 진면목을 재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가 올레길을 통해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모습과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다.
올레 2코스에서 만난 이종숙(46.여.서울시), 박금숙(58.〃)씨는 "제주올레를 통해 걷는 것의 매력과 재미를 알게 됐다"며 "시외 노선버스를 타고 다니면 지역주민들과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가 개장되고 나서 여행문화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단기관광에서 장기체류여행으로,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으로, 렌터카에서 대중교통 이용으로, 관광지 관광에서 마을 및 재래시장 탐방으로, 일회성 관광에서 지속적인 관광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제주올레를 통해 기존의 소비지향적이고 단순관람형이던 여행 트렌드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관광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셈이다.
실제로 올레길에서는 혼자 걸으려고 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온 김태원(25)씨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혼자 걸으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게스트 하우스 등에서 장기간 머물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고 올레길을 걷고 있다.
◇서민경제 도움 주는 '착한여행' = 제주올레가 가져온 성과 중 하나는 서민경제에 활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레길은 제주도를 '점 관광지'에서 '선(도보) 관광지'로 바꿔놓으며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주고 있다.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인 '할망민박'에는 손자 손녀뻘 올레꾼들이 찾아오면서 온기를 띠기 시작했고, 운영난을 겪던 민박과 펜션 등은 올레꾼의 숙소로 거듭나면서 활로를 찾았다.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역시 올레꾼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올레의 분석에 따르면 올레길 개장과 함께 택시 이용객이 3배 이상 증가했고, 버스 이용객도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용창출 효과도 컸다. 올레길 길동무, 올레길 옮김이, 게스트 하우스 픽업 전문기사, 매니저 등의 직종이 새로 생겨났다. 이에 발맞춰 서귀포매일시장은 지난 5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서귀포의 한 택시회사는 '올레 택시'로 상호를 변경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10년 넘게 과일을 팔아왔다는 김영배(57)씨는 "올레길을 걷다가 시장에 와서 쇼핑도 하고 먹을거리를 사가는 덕분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며 "관광객들은 전통 시장을 외면하지만 올레꾼들은 하루에 두 번씩 시장에 들른다"고 말했다.
특히 올레꾼들이 쓰는 돈 대부분이 지역사회에 환원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작년에 올레꾼들이 지출한 190억원(서귀포시 추산) 가운데 상당 금액이 길가에서 귤을 파는 농민이나 집의 방 한 칸을 숙소로 내준 할머니, 올레꾼을 실어나른 택시기사 등에게 돌아갔다는 게 ㈔제주올레 측 설명이다. 바야흐로 올레길은 여행자와 마을이 서로 만족하면서 윈윈하는 '착한여행', '공정여행'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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